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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정기검진 날이었다.
오전 9시 진료예약인데 피검사가 있어서 6시에 일어나 병원에 갔다. 피검사를 하는 곳은 7시부터 오픈인데 갈 때마다 대기가 어마어마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가 아파서 왔을까? 어떤 검사를 할까? 누가 누굴 걱정하는지 우습지만 괜스레 짠한 마음이 든다.
진료시간이 될 때까지 병원 1층 로비 의자에 앉아 책을 읽었다. 한강작가의 책 '소년이 온다'. 꽤 오래전에 친구 집 책장에 꽂혀있던 이 책을 몇 장 읽다가 어렵게 느껴져서 놓았던 책이다. 노벨상으로 이슈가 되고, 우연히 다시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전보다 많이, 스무 페이지 가량 읽었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어내려 갈 때마다 자꾸 상상이 되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까지 읽을 수 있을까.
진료실이 문을 열고, 교수님을 만나 진찰을 받기까지 한시간 반 가량이 더 걸렸다. 6개월 후 검진을 다시 예약하고 병원을 나왔다.
병원 밖 공기는 매우 찼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났다. 집에 가는 길에 있는 곰탕집을 찾았다. 늦은 아침이자, 이른 점심이었다.
따끈한 곰탕 한 그릇이 내 앞에 놓였다. 큼직한 한우 고기와 달걀노른자 고명이 예쁘게 올려져있었다. 밥은 토렴형식으로 그릇 바닥에 깔려있었다.
따뜻한 국물을 떠서 입 안에 넣었다. 목구멍이 따뜻해지면서 긴장했던 마음도 노곤하게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나주곰탕노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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