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시장엘 갔다. 사실 '스타벅스 경동시장 1960'을 방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검색하다 보니 경동시장 안에 스벅도 있고, 흑백요리사로 유명해진 이모카세의 국숫집 '안동집'도 도보 5분 거리에 있어서 함께 방문하기로 했다.
경기도민인 나는 집에서 빨간색 광역버스를 타고 가서, 10분 정도 걸으면 경동시장이었다. 버스에서 노래를 듣다가 내릴 정류장을 지나쳤다. 한 정류장 더 갔다. 바보 같다. 시내버스로 환승하고 다시 경동시장으로 향했는데 (시내버스라서 왔던 길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코스였음) 이번에는 한 정류장 전에 내렸다. 진짜 바보 아냐? (사실 노래 듣느라 방송을 못 들음... 무선이어폰의 폐해...라고 쓰고 바보라고 읽는다)
암튼 20분 가량을 길거리에서 흘려보내고 경동시장에 도착했다. 시장 입구에는 생선, 육류, 채소를 판매하는 가판이 늘어서 있었다.
입구를 통과해 조금 걸으니 왼편에 지하 신관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주차장 내려가는 길 입구). 본능적으로 저기로 가면 안동집이 나오겠구나 생각했다.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길게 늘어선 줄이 보였다. 저기다. 물어볼 것도 없었다. 맨 마지막 사람 뒤에 섰다.
내가 서있는 위치에서는 가게가 아예 보이지 않았다. 줄이 대체...얼마나 긴 거야? 인기있는건 알았지만 오늘은 주말아니고 화요일인데...
도착해 줄을 선 시간이 1시 45분이었다. 2시가 되기 조금 전에 아저씨 한 분이 와서 외쳤다. 어제 TV 프로그램 '동상이몽'에서 보았던 이모부였다. "3시 15분이 되면 정확하게 주문 끝낼 거예요. 브레이크타임이기 때문에 지금 여기 줄 서 계신 분들은 못 드실 수 있어요. 4시 30분에 다시 시작합니다.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애매했다. 줄을 서 있어도 어디 서 있는 사람까지 주문 가능할지 예상이 안되었다. 사람들이 수군수군 댔다. 그러나 줄을 이탈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나 까지는 입장할 수 있겠지'하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내 바로 뒤에 서 있던 중국인 커플이 내 등을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번역기 어플이었다. 화면에는 [저 사람이 무엇이라고 하던가요?]라고 쓰여있었다. 번역기에 대고 말해주었다. "3시 15분까지 주문받고 브레이크 타임이어서 못 먹을 수 있대요. 그 다음엔 4시 30분에 다시 시작한대요." 중국인 여자가 알겠다며 남자 친구와 대화를 했다. 중국인 커플도 줄을 이탈하지 않았다.
2시 30분쯤 되었을 때, 나는 처음 위치에서 반 정도 이동했다. 가게와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앞에 사람들이 많았다. 자꾸 힐끔거리며 입장이 가능할 지 계산하게 되었다. 라스트오더 주문 기준이라서,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데도 선뜻 돌아서지 질 않았다. 벌써 한 시간이나 기다렸는데... 하는 생각에. 혹시 나 까지는 입장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3시가 넘고 3시 10분쯤 되었을 때, 나는 가게 앞까지 갔다. 정확히는 가게 바 테이블 뒤, 대기석까지. 대기석은 10명 정도가 앉아있는 공간이었다. 정확히 3시 15분이 되자 이모부가 빈 테이블을 채우며 주문을 마쳤다. 내 앞에는 9명이 있었고, 주문이 끝나자 두명이 떠났다. 고민되었다. 한 시간을 더 기다려서 먹고 갈지, 그냥 갈지.
우선 내 뒤에 있던 중국인 커플에게 주문이 끝났으니 4시 30분에 다시 입장할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들은 [저희는 기다려야 합니다]라고 쓰인 번역기 화면을 보여주었다. 나는 조금 앉아있다가 결단을 내렸다. 한 시간을 더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중국인 커플에게 굿바이 인사를 하고 줄에서 이탈했다.
주문이 끊겼는데도 줄은 내가 처음 왔을때 만큼 길게 늘어서 있었다. 방송의 힘이 이렇게 대단한 것인가.
시장 구경과 스벅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기 전, 다시 안동집으로 향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역시 줄이 길었는데 그래도 아까의 반정도였다. 살포시 마지막 사람 뒤에 섰다. 아저씨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제가 마지막이래요." "아 오늘 그럼 끝난 거예요?" 그래서 줄이 짧은 것이었다. 오후 4시 33분이었다. 오전에 줄이 너무 길었어서 오후에는 짧게 미리 정리를 한 모양이다.
다시 경동시장에 들러 튀김만두(집에 와서 먹어보니 그냥 먹어도 존맛X1000000000000000)를 잔뜩 사서 버스에 올랐다. 흑백요리사를 보지도 않은 내가 무슨 열정으로 한 시간 반을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모두가 기다리니까 나도 해야되나?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다들 하니까 궁금해서 미칠 것 같은 찝찝함이랄까. 안동집 국시 맛볼 날이 오긴 하려나. 중국인 커플은 한 시간 더 기다려서 국수를 맛있게 먹었을까?
팁
*평일(화요일) 오후 1시 45분 도착: 앞에 100명 정도 서 있었음 (지하 내려가면 정면에 바로 줄이 보일 정도)
3시 15분: 내 앞에 9명 정도 있고 라스트오더 마감으로 못 먹음 (뒤에는 100명 가량 더 서 있었음)
*꼭 드시고 싶은 분들은 오픈런 (10시 30분쯤 도착하거나 늦어도 1시 30분 전에는 도착하셔야 할듯 합니다. 오후타임은 4시 30분에 시작이지만 4시 33분에 이미 마감이었음)
*경동시장 대호튀김만두 꼭 사세요. 진짜 너어무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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