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일이 있어 을지로에 갔다. 약속된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예전에 갔던 카페를 찾았다. 을지로 4가 역 12번 출구 나가자마자 있는 '스탠드업플리즈'라는 곳이다. 기다란 바 테이블이 중앙에 하나 놓여있는 작은 카페다. 에스프레소 종류가 다양하고 맛있었다. 가장 비싼 메뉴가 5,500원으로 가격도 저렴했다.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도착 전부터 들떴다. 을지로4가역에 도착해 12번 출구로 나갔는데 내가 기억했던 장소에 카페가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앞으로 계속 가 보았지만 식당만 보일 뿐이었다. 설마 카페가 없어졌나? 당황하면서 다시 왔던 길을 돌아 12번 출구 쪽으로 가 보았다.
출구 바로 앞에, 골뱅이집과 양대창집 사이에 베이지색 세련된 벽돌이 보였다. 맞다, 저기였지. 출구 바로 앞이었는데 몇 걸음 떨어져 있었다고 착각했다. 마음이 놓였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주어서.
카페에 들어가 고심끝에 메뉴를 골랐다. 스탠드업플리즈의 시그니쳐 메뉴 중 하나인 '빈센트'. 처음 주문해 보는 커피였다.
오후 2시가 되어가는 중이었는데 마침 있던 손님이 다 나가고 나만 남았다. 가게의 콘셉트에 걸맞게, 중앙 테이블 한 귀퉁이에 섰다. 내가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면서. 이곳의 커피는 주문하자마자 나오지 않는다. 10분 정도 기다렸는데 시간이 갈수록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감이 커졌다.
커피가 나왔다. 빈센트는 에스프레소 위에 층층이 우유 구름이 쌓이고, 그 위에 바삭한 설탕이 뿌려져 있었다. 먼저 스푼으로 거품을 떠 입에 넣었다. 부드러운 거품이 입 안에서 사르르 사라졌다. 그 뒤엔 거품 위에 올려진 설탕이 바삭하게 씹혔다. 거품을 어느 정도 먹고 난 후에는 잔을 들어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씁쓸하고 진했다. 스푼으로 잔 바닥에 깔린 설탕을 뒤적여 에스프레소와 함께 마시니 달콤 씁쓰름한 맛이 났다. 만족스러운 맛의 조화였다.
커피를 다 마셔갈때쯤 여러 명의 사람들이 카페로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남은 커피를 한입에 털어 넣고 밖으로 나왔다. 짧지만 강렬한 커피타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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